ㅈㅅㄹ


데몬즈 소울은 얘기만 들어봤었고, 전작 다크 소울은 나와는 어느정도 애증의 관계에 있는 게임이었다. 처음 플레이할 때 수용소에서 프레임 드랍에 실망하고 거의 튜토리얼급의 수용소 데몬의 포스에 짓눌려서 게임을 거의 접었다가 다시 꺼내 또 한참을 플레이 했지만 병자의 마을이라는 극렬한 프레임 드랍 구간을 (체감상 거의 10프레임 밑으로 떨어지는 듯 하다) 거쳐 내려왔다가 다시 또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다시 또 봉인하게 된 그런 게임이었다. 재밌긴한데 다른게 거슬려서 하기 꺼려지는 뭐 그런.


다행인지 2편에서는 그런 미친듯한 프레임 드랍 구간도 없고 꽤나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 손놓지 않고 엔딩을 보긴 했다. 뭐랄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평일 새벽 세시를 넘기게 한, 더불어 와이프의 잔소리크리까지 듣게 한, 매력있는 게임은 정말 얼마만에 즐기는 건지 모르겠다 싶다. 사실 다크 소울 전편도 그런 매력이 있긴 했지만 프레임 드랍 => 엑박이 힘들어함 => 팬소리 작렬 => 두통이라는 테크 때문에 그래도 길게 잡고 있기는 힘들었던 거에 비해, 이번 2편은 비약적으로 쾌적함을 제공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쾌적하다는 것이 게임 플레이 자체가 쉬워서 대충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에 나오는 게임의 싱글 플레이어 캠페인을 플레이하다보면 열심히 떠먹여 주느라 안달인 듯한 느낌이 든다. 죽음의 페널티는 단지 핏자국이 뿌려진 화면에 명언이나 읽고 다시 바로 이전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플레이 하면 되니 대충대충 하다보면 되는 느낌. 그러나 다크 소울에서 죽는다는 것은 꽤나 심각하게 다가 온다.


[인용구만 읽고나면 조금 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한 점은 다크 소울은 참으로 악의적으로 유저를 죽게 만드는 함정이나 숨어 있는 적, 그리고 패턴을 파악해야 공략이 가능한 보스 들로 가득차 있어 죽을 수 있는 기회가 다른 게임보다 엄청나게 많아서 죽는다는 것에 꽤나 친숙해져야만 하지만, 플레이어가 죽었을 경우에는 이런저런 페널티들이 존재해서, 뭐 죽고 다음에 한 번 또 해보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체크포인트 역할을 하는 화톳불의 구간이 나름 짧지 않고 (거리상으로는 길지 않지만 적들을 잡으면서 가기엔 만만치가 않다), 만약 이전에 죽으면서 떨어뜨렸던 소울[각주:1]을 복구하기 전에 죽어버린다면 이전에 모아두었던 소울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 사실 이게 말로하면 별로 안 와닿긴 한데 직접 당해보면 장난아니게 빡침을 경험하게 된다. 거기다 일단 죽으면 최대 HP도 슬슬 반토막을 향해서 떨어지기 시작...


이렇게 빡치는데 왜 이 게임을 하느냐고? 그런데 정말 재밌으니까. 허들이 높은 만큼 그것을 넘었을 때의 쾌감은 더한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의 적들이 AI가 좋은게 아니라서 파해법 혹은 패턴을 알고나면 보스를 깨기도, 특정 구간을 통과하기도 어렵지는 않다. 다만 그 파해법을 맞아가면서, 혹은 죽어가면서 알아내고 그것을 통해 공략했을때 재미를 느끼게 되는거다. 첫 캐릭 키우면서 무수하게 죽어가면서 잡았던 두번째 보스격인 주박자를, 지금은 패링[각주:2]해가면서 여유롭게 때려잡는걸 보면 "본격 유저가 성장하는 게임"이라는 세간의 평이 실감난다. 예전 퀘이크[각주:3]나 아머드 코어[각주:4]를 할 때 느꼈던 그런 감성이랄까.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계속 붙잡고 있게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플레이하고 있게 만드는 게임이다. 캠페인 한번 클리어하고 나서 또 재탕으로 플레이한 게임이 거의 없었는데 이건 망캐라서 지운 것들 제외하고도 벌써 세번째 캐릭을 키우고 있으니.... 물론 PVP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쪽으로도 꽤 흥미를 느끼던데, 내 경우는 재밌어 보이긴한데, 랙 때문에 뭔가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정면을 보면서 대치중인  것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뒤잡 공격 당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짐)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절묘한 비유]


물론 이 게임이 위의 만화에서 보듯 친절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는 없다. 사실 1편에서 나도 처음부터 재미를 찾지는 못했으니. 그러나 살짝은 버거울 수도 있는 첫 허들을 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제공되는 스스로의 "성장"에 대한 피드백 덕분에 꽤... 끊기 힘든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은 역시 이런 맛이 있어야지.





  1. 경험치와 화폐의 역할을 하는 개념. 적을 처치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다. [본문으로]
  2. 방패로 공격을 맞받아치는 것. 이 경우 공격한 상대방은 경직 상태에 빠져 큰 헛점을 제공한다. 다만 패링 타이밍이 꽤 짧아서 실수하면 카운터 공격을 맞는다. [본문으로]
  3. 단순히 총을 잘 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맵의 운영이나 무빙 테크닉등의 "기초 체력"이 꽤나 필요했다. [본문으로]
  4. 그러고 보니 이것도 프롬 게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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