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ㅅㄹ

이 포스트는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일 당하는데 거부감을 가지신 분이시라면 게임을 즐기고 난 후에 읽어주세요.




다들 12년만에 3편 나온 게임[각주:1]에 열광하고 있는 요즘, 한켠에선 나처럼 8년(?)만에 3편 나온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다. 쌍권총 양손에 들고 몸을 날리며 갱단을 털러 다니던 맥스페인이 돌아왔다. 전작에서 홍콩 느와르나 매트릭스의 씬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시스템인 불릿 타임과 더불어, 마치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읽는 듯한 스토리 텔링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던 게임이라 그 후속작이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하게 스토리 라인이 마무리 되어있는 상태라 전작과의 연결 고리가 다소 약하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심정도 없지는 않았다.


실제로 뚜껑을 열고보니, 전작들을 뛰어넘는 어떤 것은 사실상 아닐지 몰라도 충분하게 계승하고 발전시킨 게임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맥스페인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는 잃지않으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업그레이드를 한 전형적인 후속편이 아닐까 싶다. 뭐 무리해서 전작과 차별화시키다가 망하는 것 보다는 시스템은 답습하되 다른 부분을 발전시킨게 팬으로써는 그저 감사할 따름. 특히나 인물 표현과 맵 디테일만큼은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인데, 인물 표현은 정말 세세한 디테일까지 표현이 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인물 연기로 비춰질 정도로 대단하며, 맵 디테일의 경우는 마치 락스타가 우리가 오픈월드 안만들고 선형 맵 만들면 이정도 수준이 나온다라고 과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을 정도로 맵 디자인과 디테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싱글 플레이의 난이도는 요즘 스타일의 슈터처럼 쾌적하고 쉬운 느낌은 아니다. 최근 슈터에서는 엄폐해서 시간을 때우다보면 체력이 회복되는 스타일이 거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비해, 맥스페인3는 여전히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 고전적인 슈터의 체력 관리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제한된 페인킬러와 불릿타임(Bullet-time)[각주:2]을 가지고 어느정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 슛 닷지[각주:3]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어서 엄폐물간에 슛닷지로 이동하면서 그 때 발동되는 불릿 타임 때 적을 처리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거기다 적 AI도 꽤 쓸만하고 피탄 명중률도 높아서 정면의 적들은 제압사격을 쏴대서 나는 머리도 못들고 있는데 나머지 애들은 측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식으로 플레이어를 괴롭게 만든다. 대체로 최근 슈터와 비교했을때 꽤나 난이도가 높은 수준.


스토리는 나름 구성은 알차지만 1편에서의 개인적인 좌절과 복수, 누명이나 뭐 그런 잡다한 홍콩 느와르 전통의 클리셰라기 보다는 다이하드와 같은 아메리칸 중년 히어로물의 느낌이 좀 배어 있다. 게다가 동기부여가 약해서, "왜 저렇게까지 해야되는거지...???" 라는 의문 부호를 게이머에게 던져주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1편에서는 집에 돌아왔더니 아내와 딸이 잔인하게 살해되어 있는걸 보고, 소위 말하듯 제대로 *빡쳐서* 나쁜놈들을 털러 다니는거고, 나쁜놈들은 걔네들 나름대로 주인공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뭐 누가 먼저 죽어야 끝나는 상황이라면, 갱단 하나 끝까지 털고 다니는 행위에 대한 충분한 동기로 납득할 수가 있다.


이 모든 것의 발단


그러나 3편에서는 스토리 중반, 브랑코가 살해당한 상황에서 딱히 페인과 인간적인 친분이 전해지지는 않는 파비아나를 끝까지 쫒아서 빈민가로 들어가는 것부터 "음....?" 뭐 이런 느낌이 드는데다, 지오바나까지 구출한 마당에 굳이 폐호텔까지 잠입하는 부분등을 단지 계속되어온 개인적 실패와 불운이 지긋지긋해서 & 빅터 개객기..라는 빈약한 동기부여만으로 끌고가는게 안쓰러워 보인다. 또, 애인만 데리고 튄 파쏘가 (빅터한테 돈 받은 석연찮은 구석까지 있음에도) 호텔 폭파시킬때 구하러 와줬다고 "ㅇㅋ 칭구칭구" 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는 부분, 아니 애초에 파쏘가 페인을 스카웃하러 와서 처음만난 시점에 갱단 하나를 같이 탈탈 털 정도로, 무슨 10년지기 파트너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부터 위화감이 넘쳐 흐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구멍이 많다고 느껴진다. 뭐, 최소한 존 맥클레인은 마누라나 딸 구할려고 그 오지랖을 떨고 다니지.


그러나 이러한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맥스페인의 회상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전개되는 연출은 상당히 매끄럽게 연결된다. 컷씬이 상당히 플레이타임에서 꽤 긴 부분을 차지하고, 또 스킵마저도 지원하지 않는터라 예전에 다른 게임에서 지속적으로 컷씬을 까왔던걸 생각하면 분명히 깔만한 요소이긴 한데, 맥스페인의 컷씬은 글쎄... 아직 1회차만 엔딩봐서 그런가 아직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주로 컷씬이 거슬리는 게임의 특징이 컷씬내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완결까지 되어 버리는 경우 생기는 허탈감이 큰 이유가 된다고 보는데 맥스페인의 그것은 컷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의 도입부나, 이벤트 발단만을 컷씬에 포함하고 있고 실제 액션은 모두 플레이어에게 컨트롤을 넘기기 때문에 컷씬보다 그냥 끝나는 맥빠지는 경우는 겪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킵이 안되는 건... 2회차 플레이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될 것같긴 하고, 커뮤니티에서도 그런 불만들이 나오는 걸로 봐서 컷씬에 대한 평가는 2회차 플레이를 하다보면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번작에서 무엇보다 기대한 것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었다. 아니 맥스페인에서 멀티플레이어라니? 불릿타임은 어떻게 할거지? 라는 궁금증에 대해, 맥스페인3는 어느정도 해답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게이지를 소모하면서 사용하는 불릿타임은 어쩔수 없이 다른 게임에서 사용하는 Perk 처럼 파워업 기능으로 대체를 하긴 했지만 슛닷지때의 불릿타임 돌아가는 건, 사용할 경우 전체 플레이어가 같이 야에 있는 적들이 같이(댓글 참고 수정) 불릿타임에 도입하도록 함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싱글플레이때의 느낌을 살리되 그 때문에 게임플레이가 루즈해지지는 않도록 잘 조절했다는 느낌이 든다.


슈게이즈와 느와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잘 뽑은 후속작이다. 비쥬얼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이고 (7년된 스펙인 엑박에서 돌린건데!), 싱글 플레이어 게임 스토리도 연결점이라곤 맥스페인이라는 주인공 하나만 가지고 이정도로 끌어 온 것도 (위에서 말한 몇가지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했다고 본다. 물론 게임플레이도 사실 신선하지는 않지만 전작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건 여담이지만, 왼쪽 트리거가 에임모드 진입인데 쌍권총 들 때는 에임모드 생략하고 왼쪽 트리거로 왼쪽에 든 총을 발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느낌이 좀 있다. 슛 닷지하고 LT, RT 둘다 투다다다 땡기게 해놨으면 뭔가 느낌이 제대로 좋았을 때 하는 아쉬움 ㅜㅜ

  1. 디아블로 [본문으로]
  2. 일종의 슬로우 모션이라고 보면 된다. 발동시 게이지를 시간당 소모하면서 플레이어가 다수의 적을 처치하는 것을 도와준다. [본문으로]
  3. 홍콩 느와르나 매트릭스에서 보듯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서 탄환을 회피하는 동작. 이 때 체공 시간동안은 불릿 타임이 발동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