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ㅅㄹ

내가 햇수를 넘겨가면서 플레이한 게임은 한 손으로 꼽아도 남을 정도인데, 월드인 컨플릭트는 보통 즐겨하는 FPS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장르를 따지자면 RTS 계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타나 C&C같이 흔히 생각하는 RTS 게임과는 달리 생산과 보급이라는 전략 게임에서의 두가지 요소가 빠지고 오로지 전술만을 핵심요소로 지녀서 엄밀하게 말하면 Real Time Tactics, 즉 실시간 전술 게임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다.



생산과 보급이라는 개념 대신 이 게임에선 공수 포인트를 통해 유닛을 살 수 있고, 그 공수 포인트는 현재 보유한 유닛 수가 적을 수록 빠르게 차기 때문에 마치 FPS 게임에서의 리스폰과 같은 개념으로 유닛을 공급받을 수 있다. 유닛을 지속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TA[각주:1]를 주게 되고, 재 공수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재 전선이 붕괴되어 점령지를 뺐길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TA를 주게 됨) 오히려 유닛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관리해줘야 한다. 게다가 한 번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유닛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다. 최대로 해 봤자 8개 이상(?) 되지 않는다. (물론 공수 유닛을 미친 듯이 추가한다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불운하게도 이 게임은 그다지 유행을 타지 못했다. 국내에 정식 발매도 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굳이 해외 구매를 통해 유저층이 투입되더라도, 높은 수준의 그래픽만을 보고 들어온 스샷 덕후라든가, 혹은 지난 세기말의 warfare에 집착하는 밀덕들이 잠깐 거치다가 특유의 게임성에 적응 못하고 떨어저 나간 후, 결국 나 같은 골수 팬보이들에게나 각광받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이 게임은 특히나 복돌복돌 열매 먹는 종자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걔네들은 어느 게임에건 있으니 논외로 치자. 뭐랄까 룰을 알게되면 재미있는 게임인데 그 룰을 인게임에서 알려주는 부분이 부족하다 해야 할까?


유일한 싱글 항공 미션이 미듐 헬기 풍선질 가이드


실제로 멀티플레이에서 아머가 주로 사용해야 하는 유닛은 헤비탱크이지만 싱글 미션은 그 스토리 때문에 거의 IFV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에어의 경우도 특수한 맵을 제외하곤 거의 헤비에어를 사용해야 하나 싱글에서는 미디엄 에어를 주로 사용하는 등 싱글과 멀티간의 많은 괴리가 있다. 그래서 팀워크가 엄청나게 중요한 게임이지만 멀티플레이를 처음 시작하는 뉴비들은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놀다가 게임자체의 (병과간 공조나 상대방과의 수 읽기, 미묘한 타이밍을 재는 맛 같은) 재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접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엄밀하게 비교하자면 병과 개념이 있는 FPS인, 배틀필드나 팀포트리스에서 뉴비들이 전부 저격질이나 스파이질 하다가 순식간에 일방적으로 밀려서 지는 게임에 뉴비는 뉴비대로 지니까 재미없고 올드비는 올드비대로 뉴비들 때문에 혈압 오르는 경우를 생각하면 될까?


이 아이디만 멀티 플레이타임이 18일 넘겼네 -_-;
스머프 놀이한 아이디들까지 합치면 25일~30일 가량 되지 않을까...


그러나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게임을 하고 나면 정말 재밌는 게임이란건 내 플레이타임을 생각했을 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찰을 통해 적 위치를 확보하고 전장의 지형을 이해하여 (스타의 언덕 위아래 개념같은 시시한 개념이 아니다) 사선을 확보하고 교전하며 TA를 모으고, 모은 TA와 공수 유닛으로 후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적 전력을 분산시킨 후에 적 주병력에 TA를 던지면서 치고 나가는 그 맛을 한 번 보게 되면 꽤 끊기가 힘든 게임이 된다. 물론 공개서버에서는 이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무래도 적으므로 한창 달릴땐 클랜전 위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국내는 정발이 안되서 그렇지 외쿡에선 리그도 열리고 그랬다.


비록 IP 자체가 시에라에서 UBI로 팔리던 시기에 대충 만들다 만거 떨이 처럼 나온 확장팩인 Soviet Assault 이후로 완전 망해버리긴 했지만,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게임씩 하곤 한다. 이젠 워낙 망해버려서 뉴비들도 줄어든건지 그래도 꽤 할만한 게임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심심치는 않다. 서버수는 이제 열손가락 안으로 줄어버리긴 했지만. 차기작이 기대되긴 하는데 언제나 나올런지...

  1. Tactical Assist: 상대방에게 데미지를 입히거나, 점령지를 점령하고 진지 구축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점수이다. 이를 사용하여 특정 지역에 공수 유닛이나 화력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80포인트로는 무려 전술핵을 요청하여 해당 지역을 청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