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 mini for iPhone

앱스토어 등록을 금지시킴으로써 경쟁사 배제 논란을 가져왔던 아이폰용 Opera mini가 앱스토어에 정식 등록되어서 다운 받아 써봤다. 총평은 간략하게 "애플이 사파리를 진짜 잘 만들었구나"라는 것이다.

속도에 대한 측정은 네트워크 이슈도 있으므로 정확하게는 언급하기는 그렇고, 대략 기본 사파리 브라우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캐쉬 기능이 잘 되 있는 것인지 방문 했던 사이트의 경우 제법 빠른 로딩 속도를 보여 준다. 또한 페이지 내 유효 컨텐츠만 선별해서 보여 주는 기능도 있어 페이지 외곽 margin이나 광고 같은 것도 필터링 되어 나타난다.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오페라 미니는 못 쓸 물건이다. 이제 비교샷을 통해 살펴보자:

위쪽이 사파리이고 아래쪽이 오페라 미니이다. 딱 봐도 차이점이 느껴진다. 사파리의 경우 portrait에서도 가독성이 있는 글을 뿌려 주는 대신, 오페라 미니는 확대하지 않으면 대체 뭐라고 적혀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이 스샷에서 오페라 미니가, 버리는 공간인 좌우측의 마진이나 구글 스카이스크래퍼 광고를 렌더링하지 않는 점도 볼 수 있다. 또한 오페라 미니에선 portrait로 보다가 landscape로 전환하더라도 실제 전체 페이지 크기가 변경되지 않아 오른쪽이 덩그러니 비게 된다 -_-

이제 국내 테스트 페이지로 각광받는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띄워 보자.

네이버 메인(Safari)

네이버 메인(Opera mini)

오페라 미니 스샷에서 톱 광고 영역에 내용이 표시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오페라 미니의 프록시 agent 헤더가 올 경우에 대해 네이버가 아직 대응하지 않아서인 듯하다. 또한 landscape에서 오페라 미니의 전체 샷을 찍지 않은 것은 오페라 미니가 특정 사이즈 이하의 페이지에는 zoom-out view(라고 해야하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 톱페이지같은 곳도 페이지 전체를 화면 안에 담을 수 없다. 

구글같이 사이즈가 어중한간 페이지는 portrait에서도 전체 샷을 잡지 못한다.

국내 사이트만 그러냐고? 아니다. 다음 몇 가지 사이트를 보자:

MSDN MSXML 관련 페이지

월스트리트 저널(Safari)

월스트리트 저널(Opera)

사파리에선 portrait에서도 육안으로 기사의 제목을 읽을 수 있고 관심 있는 뉴스를 클릭하여 보는 것이 가능한 반면 오페라에서는 이를 전부 확대를 해서 확인해야 한다. 사실 이건 가장 치명적인 오페라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로딩이 빨라봤자 실제 페이지를 볼 때 정말 피곤하게 일일히 줌인 줌아웃을 계속하거나 혹은 줌인 상태로 페이지를 훑어야 한다. 대체 이 피곤한 짓을 누가 할까?

실제 공개전에 뿌린 아래와 같은 동영상에서 테스터는 글자도 보지 않고도 그 뉴스가 무슨 내용일까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나보다.

사실 속도와 렌더링 품질은 상반되는 요소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속도를 위해서 희생해야 될 것이 있고 아닌게 있는데 오페라 미니는 아이폰에서 브라우징 하는데 있어 가장 무엇이 중요한가를 간과하고 오로지 속도만 빠르다고 광고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작은 글씨라도 페이지 전체를 살펴보며 특정 토픽을 읽어낼 수 있고, 또한 섬세한 줌인을 통해 읽고 싶은 컨텐츠 영역만 확대해서 상하 스크롤만으로도 전체 문장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데, 오페라 미니는 브라우징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손이 너무 많이 간다. 뉴스 페이지에서 토픽 집어낼려면 영역마다 줌인 줌아웃을 거듭해야하고 긴 글 읽을 땐 좌우 스크롤 해야 되고... 불편한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버전 업데이트에서 이런 부분들이 해결됐으면 하지만 과연....

어쨌건 내 아이폰에서 오페라 미니 브라우저는 삭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