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Kindle) 3 사용기
킨들(Kindle) 3는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e-book reader다. 사실 e-book reader에 대해서는 킨들 3 이전까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오히려 독서량이 많은 여친이 안달나서 구매하려고 하던 그런 가젯이었다 (결국 여친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북큐브 815를 샀다). 구매 전 까지는 스펙 PDF 같은 것들을 지하철에서 아이폰에 올려 보곤 했는데, 3GS의 화면 해상도 때문에 사실 그걸 보는 데는 적잖은 스트레스가 동반되곤 했다. 물론 최근들어 iPad나 Galaxy Tab,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Slate 등의 타블렛 장비가 인기를 얻는 데 비해 E-Ink를 사용한 흑백의, 그리고 화면 리프레시도 더딘 ebook reader라는게 어느 정도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하는 면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킨들의 이전 버전에 비해 작년 7월에 출시되어 판매중인 킨들 3는 나름 상당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1물론 매우 주관적인 면에서
아마존 메인에 걸려 있는 킨들 광고
우선적으로 가격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 3 가격 발표 이 후 국내 중소 e-book reader 공급 업체들이 상품 가격 면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을 정도로 킨들 3의 가격(WIFI $139, 3G $189)은 파격적이다. WIFI 모델의 경우 배송에 관세까지 물고도 이전에 시판 중이던 제품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권을 형성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전용 리더 기기에 걸맞는 (생산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에 대비해 지불할 정도의) 합당한 가격권에 도달하지 않았나 한다. 반면 타블렛의 경우, 킨들을 구매하기 전에 아이패드를 잠깐 고려해 본 적이 있었으나 책 읽기 용도의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폰, 그리고 13" 랩탑과 많은 면에서 기능이 겹치는 아이패드를 그 돈 주고 사기엔 확실히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가젯 정키도 아니고...
두 번째로는 휴대의 용의성이다. 킨들 3의 크기를 비교적 휴대가 용이하다고 하는 타블렛인 갤럭시 탭에 비교 했을 때에도 전면의 크기는 거의 유사하고 두께는 1/3 수준이다. 이 정도는 양복이나 코트의 안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충분한 크기와 중량이다. 최근 출퇴근 하면서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고 킨들만 안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읽곤 하는데, 무언가를 들고 다니기 위해 가방을 챙겨야 하지 않는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상당히 편한 일이다.
세 번째로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지만, 해외 서적을 빠르게 구입하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영어 컨텐츠만 사용할 수 있다는 가장 큰 킨들의 단점과 맞 닿아 있기도 하지만, 주로 기술 서적을 보는 내 입장에선 질러놓고 잊을만 할 때쯤 오는 해외 쉬핑에 대한 부담도 없어지고, (두 번째로 언급한 장점과 연관되지만) 대체로 부피가 큰 기술 서적을 일반 소설책 크기의 기기 안에 넣고 다니면서 볼 수 있기에 실제 킨들 3를 구매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마지막으론 엄청난 배터리 수명이다. 완충 이후 거의 한달 가까이 쓸 수 있다는 점은 집에 와서 충전 선에 전화기 연결하는 것도 고역인, 나같은 게으른 사람들에겐 거의 구-_-원에 가까운 수준의 편의성이다. 시험적으로 탑재된 브라우저를 이용한다거나, zip파일로 된 만화(!)읽기를 다량으로 하지 않는 한은 대충 기분 들 때 충전해 줘도 배터리에 대한 고민 없이 쓸 수 있다.
E-book reader에 대한 글을 자주 접한 분들이면 위에서 무언가 언급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e-book reader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언급하는 E-Ink의 장점에 대해선 난 약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E-Ink 패널을, 특히 현재 전용 리더 중 가장 최신의 패널을 탑재한 킨들 3의 화면을 처음 접했을 때, 공장 기본 설정으로 사용 방법을 디스플레이하고 있던 킨들 화면에 투명 인쇄 라벨이라도 붙어 있나 떼볼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E-Ink 패널과의 첫 대면은 다소 충격적인 경험이긴 했지만, LCD vs E-Ink 논란에 대해 딱히 어느 쪽을 편들어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2
사용 법이 표면 비닐에 인쇄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패널에 출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E-Ink 패널이 책과 유사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건 조명이 충분치 않은 곳에선 독서가 불가능해 진다거나 오히려 LCD 화면에 비해 더 눈이 쉬이 피로해지기도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공식 킨들 커버 중에 북 라이트를 탑재한 걸 보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게다가 느린 화면 리프레시는 뒤적거려가며 읽기라는 책읽기 방법에는 상당한 맹점을 보이기 때문에 책의 종류에 따라선 답답할 때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shell script 인생을 좀 탈피해 보려고 Learning Perl 을 읽을 때 레퍼런스 용도로 보면서 그런 답답함을 느꼈었다.
게다가 책을 읽는 느낌이라는 것도 구세대를 위한 것이지 현재 세대에겐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경우는 좀 특이하게도 가젯에 흥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젊은 세대에서, 이런 e-book reader에 대해 파워는 약하지만 주도적으로 구매세력이 존재하긴 하는데, 킨들의 경우 원래 북미에서는 높은 연령대에서 많은 소비가 일어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마치 내 세대에게 있어 가정용 유선 전화기가 원래부터 존재 했던 그런 어떤 것처럼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어린 세대가 핸드폰과 LCD 모니터를 그냥 예전부터 존재하던 그런 어떤 것으로 인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LCD 패널에 이미 눈이 익숙해 진 세대에게 종이의 질감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느니 어쩌니 하는 것 자체가 꽤 힘든 세일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면에서, 난 E-Ink에 대해 그다지 장래성이 좋은 기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랄까 낀세대를 위한 기술이라고 할까?
약간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반년 이상 킨들을 써보면서 책 읽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가장 만족 스럽다. 출퇴근 길 지하철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간편하게 책을 구매하고 볼 수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PDF 읽기는 글씨 선명도에서 약간 불만이 있긴 하지만 아이폰 3GS로 읽던 때를 생각하면 신세계 수준이고, 만화책을 자주 본다면 ZIP 파일 채로 넣어 볼 수 있고 나름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아마존에선 라이센스 풀린 소설책을 무료로 (물론 북미 계정으로 설정한 사람에 한해) 배포한다. (일리야드가 무료이길래 받았다가 내 영어 실력에 상처 입음 ㅜㅜ)
킨들3(왼쪽), 북큐브815(오른쪽)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책 읽기 부분에서만 모자람을 느낀다면 킨들 뿐만 아니라 ebook reader는 좋은 선택이 되겠다. 그러나 ebook reader에 대한 관심이 있고 스마트 폰이 없으면서 스마트폰이 커버할 수 있는 인터넷 서핑, SNS, 위치 기반 서비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4배 가량 비싸긴 하지만 -_-) 타블렛을 구매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만약 ebook reader를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킨들3 혹은 북큐브815 중에서 주로 이용하는 컨텐츠의 언어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고 생각한다. 3
- 전자 책을 읽는 전용 리더. E-Ink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실제 인쇄물과 같은 질감의 화면으로 독서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 E-Ink는 화면을 출력하는 데 전원을 소비하며, 한 번 출력 된 화면은 전원 공급 없이도 지속적으로 출력될 수 있다. 따라서 킨들의 경우 공장 기본 설정으로 사용 방법을 미리 화면에 출력시켜 놓은 채로 포장되어 있다. [본문으로]
- 다른 국내 기기들의 경우 북큐브를 제외하면, 컨텐츠 공급이 그나마 양호한 곳은 단말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다. 북큐브의 경우 전자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합법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컨텐츠에 대한 경로 자체가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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